어반스케치, 처음 시작할 때 이 5가지 도구만 있으면 됩니다


왜 하필 지금, 어반스케치인가

얼마 전 지하철에서 내린 내리막길, 비가 갑자기 쏟아졌다. 우산도 없이 서 있는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이상하게 예뻤다.

빗물에 번지는 간판 불빛, 우산을 쓰고 달리는 사람들의 실루엣, 길가 포장마차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국밥. 그 순간, 이 장면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바로 그게 어반스케치의 시작이었다.

어반스케치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예술이 아니다. 오히려 '기록'에 더 가깝다.

2007년 스페인의 일러스트레이터 가브리엘 캄파나리오가 시애틀에서 시작한 이 운동은 현재 전 세계 4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식 챕터가 운영될 정도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지금은 주요 도시마다 정기 모임이 있을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어반스케치 참여자의 연령대다. 2024년 국내 한 스케치 커뮤니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30-40대 직장인이 전체 참여자의 47%를 차지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림을 전혀 배워본 적 없는 사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월 이상 꾸준히 활동하는 비율이 72%에 달했다. 다른 취미에 비해 중도 포기율이 현저히 낮은 셈이다.

왜일까? 어반스케치는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삐뚤빼뚤한 선, 번지는 수채화 먹물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내가 본 풍경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작이다. "뭘 사야 하지?"라는 고민에 빠지는 사람이 태반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수십 가지 도구가 나온다. 펜만 해도 라이너, 만년필, 붓펜, 젤펜... 종이는 100g에서 300g까지, 질감도 다양하다.

물감은 더 복잡하다. 튜브형, 고체형, 팬형... 이 모든 걸 다 사려면 최소 20만 원은 기본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어반스케치의 핵심은 도구가 아니라 '관찰'이다.

좋은 도구가 좋은 그림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많은 도구는 선택 장애를 불러일으키고, 부담감만 키운다.

내가 3년간 어반스케치를 하면서 깨달은 건 이것이다: 처음엔 딱 5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 5가지를 마스터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에게 필요한 추가 도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그 5가지 도구를 하나씩 살펴보자. 각 도구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할 기준, 실제 사용 경험, 그리고 예산에 맞는 선택지를 함께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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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 당신의 첫 번째 캔버스

스케치북을 고르는 건 집을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너무 크면 부담스럽고, 너무 작으면 불편하다.

재질이 안 좋으면 물감이 번지고, 너무 좋으면 가격이 부담된다.

크기부터 결정하자

어반스케치에서 가장 보편적인 크기는 A5(148mm x 210mm)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손에 들고 그리기에 적당하고, 가방에 쏙 들어간다. 여행갈 때도 부담 없다.

A4는 너무 크다. 야외에서 펼치면 바람에 날리고, 오래 서서 그리면 팔이 아프다.

반면 포켓 사이즈(A6)는 너무 작아 디테일을 살리기 어렵다. 물론 소형 스케치북만 고집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초보자에겐 A5가 가장 무난하다.

종이의 무게(두께)

종이의 무게는 gsm(grams per square meter)으로 표시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두껍고, 물을 덜 먹는다.

종이 두께 추천 용도 장점 단점 가격대 (A5 50매 기준)
100-150gsm 연필, 펜 드로잉 전용 가볍고 휴대성 좋음 수채화 작업 시 종이 울음 3,000-5,000원
180-220gsm 펜+경량 수채화 적당한 두께, 가성비 좋음 물 많이 쓰면 번짐 5,000-8,000원
250-300gsm 본격 수채화 물 많이 사용 가능, 내구성 좋음 무거움, 가격 부담 8,000-15,000원
350gsm 이상 전문가용 거의 모든 기법 가능 너무 두꺼워 휴대 불편 15,000원 이상

초보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건 200-250gsm 제품이다. 펜 드로잉도 되고, 가벼운 수채화도 가능하다.

물을 많이 쓰지 않는다면 180gsm도 괜찮다.

종이의 질감

종이 질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핫프레스(Hot Press)는 표면이 매끄럽다.

펜 선이 깔끔하게 나오고, 디테일 작업에 유리하다. 하지만 수채화를 하면 물이 잘 흡수되지 않고 고인다.

콜드프레스(Cold Press)는 표면에 미세한 요철이 있다. 가장 보편적이고, 펜과 수채화 모두 무난하게 소화한다.

초보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타입이다. 러프(Rough)는 표면이 거칠다.

수채화에 최적화되어 있어 물이 예쁘게 번지지만, 펜 선이 울퉁불퉁해질 수 있다.

실제 사용 후기

내가 처음 산 스케치북은 다이소에서 3,000원에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120gsm짜리. 연필로 그릴 땐 괜찮았지만, 수채화를 얹는 순간 종이가 주름 투성이가 됐다.

다음엔 5,000원짜리 제품을 샀는데, 180gsm이었지만 질감이 너무 거칠어 펜 선이 삐뚤어졌다. 결국 정착한 건 '캔손 XL 워터컬러 A5 300g'이다.

가격은 1만 2,000원 선.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한 권에 50장이 들어 있고 한 장씩 뜯어 쓸 수 있어 오래 간다. 300gsm이라 물을 제법 많이 써도 종이가 울지 않는다.

콜드프레스 질감이라 펜 선도 깔끔하게 나온다.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캔손 XL은 표면이 살짝 노란빛을 띤다. 순백색 종이를 선호한다면 '몽발'이나 '파브리아노' 같은 브랜드를 고려해보자. 다만 가격이 2배 이상 차이 난다.

스케치북을 고를 때는 한 권 사서 직접 그려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아무리 좋은 평을 들어도 내 손에 맞는 건 직접 써봐야 안다.

1만 원 안팎으로 시작할 수 있으니 부담 가지지 말자.


펜, 선 하나가 운명을 결정한다

어반스케치에서 펜은 가장 중요한 도구다. 선의 느낌이 그림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

연필로 스케치한 후 펜으로 선을 따는 방식도 있지만, 많은 어반스케쳐들은 처음부터 펜으로 바로 그린다. 실수해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살려간다.

그게 어반스케치의 매력이기도 하다.

펜의 종류

방수 라이너가 가장 보편적이다. 잉크가 물에 번지지 않아 수채화와 함께 사용하기 좋다.

대표적으로 '사쿠라 피그마', '유니 핀', '제브라 사라사' 등이 있다. 가격은 1,500-3,000원 선으로 부담 없다.

만년필은 선의 굵기 변화를 자연스럽게 줄 수 있다. 하지만 잉크가 방수가 아닐 경우 수채화 작업 때 번질 수 있다.

방수 잉크(플래티넘 카본 잉크, 네이키 피그먼트 등)를 사용하면 해결된다. 초보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잉크 관리, 펜촉 관리 등 신경 쓸 게 많기 때문이다. 붓펜은 선의 굵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한 획으로 가늘게도, 굵게도 그릴 수 있어 그림에 생동감을 준다. '펜텔 붓펜'이 가장 유명하고, 4,000원 안팎이다.

굵기 선택

초보자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게 너무 가는 펜을 고르는 것이다. 0.1mm, 0.2mm는 디테일 작업에는 좋지만, 야외에서 빠르게 스케치하기엔 선이 너무 가늘다.

펜 굵기 용도 장점 단점
0.1-0.2mm 세부 디테일 정교한 표현 가능 빠른 스케치에 부적합
0.3-0.4mm 보편적 용도 선명하고 적당한 굵기 대부분의 상황에 무난
0.5-0.7mm 강조선, 윤곽선 존재감 있는 라인 디테일 표현 어려움
1.0mm 이상 면 채우기, 강한 표현 독특한 분위기 섬세함 부족

내 경험상 0.3mm와 0.5mm, 두 가지만 있으면 거의 모든 상황을 커버할 수 있다. 0.3mm로 건물의 세부 창문이나 사람을 그리고, 0.5mm로 건물의 외곽선이나 굵은 나무를 표현한다.

방수 테스트는 필수

시중에 판매되는 펜 중에는 '방수'라고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물에 번지는 제품이 있다. 구매 전 반드시 테스트해야 한다.

종이에 선을 긋고, 마른 후 물을 묻혀본다. 번지면 방수가 아니다.

실제로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방수 펜'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을 샀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수채화를 올리자 펜 선이 흐릿해져 그림이 망가졌다.

이후로는 무조건 '피그먼트 잉크' 또는 '안료 잉크'를 사용한 제품을 고른다. 염료 잉크는 방수가 되지 않는다.

내가 추천하는 조합

초보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조합은 사쿠라 피그마 0.3mm + 0.5mm다. 두 자루 합쳐 5,000원 안팎. 방수 성능이 입증됐고, 선이 깔끔하다.

펜대가 가벼워 오래 그려도 손이 덜 아프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 '로트링 틱키' 0.5mm를 추천한다.

1만 5,000원 선으로 가격이 좀 나가지만, 리필이 가능해 장기적으로 경제적이다. 다만 일반 필기용 펜이라 방수가 되지 않으니, 수채화를 한다면 따로 방수 잉크를 사서 충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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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고체 수채화가 답이다

어반스케치에서 색을 넣는 방법은 다양하다. 색연필, 마카, 파스텔 등 여러 도구가 있지만, 가장 대중적인 건 수채화 물감이다.

그중에서도 고체 수채화가 야외 스케치에 최적화되어 있다.

고체 vs 튜브

구분 고체 수채화 튜브 수채화
휴대성 매우 좋음 별도 팔레트 필요
사용법 물 묻힌 붓으로 문지름 짜서 사용
물 조절 초보자에게 쉬움 숙련도 필요
가격대 1만-5만 원 5천-3만 원(개별)
색상 혼합 제한적 자유로움

고체 수채화의 가장 큰 장점은 즉시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팔레트에 물감을 짤 필요 없이, 물 묻힌 붓으로 물감을 살짝 문지르면 바로 쓸 수 있다.

야외에서 간편하게 쓰기에 이만한 게 없다.

몇 색이 적당할까

"12색이면 충분하다"는 말과 "24색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공존한다. 정답은 없다.

다만 내 경험을 나누자면:

12색 세트로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부족함을 느낀 건 초록색과 회색 계열이었다. 풀, 나무를 그리려면 노랑+파랑을 섞어 초록을 만들어야 하는데, 원하는 톤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

회색도 마찬가지. 건물의 그림자, 아스팔트 등을 표현하려면 검정+하양을 섞어야 하는데 번거롭다. 그래서 18색이나 24색을 추천한다.

물론 12색으로도 충분히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초보자일수록 색 조합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색이 준비되어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브랜드별 특징

신한 전문가용 수채화는 국내 브랜드로 가성비가 좋다. 24색 세트가 3만 원대. 선명도와 발색이 준수하다.

다만 물에 잘 녹는 편이 아니라, 붓에 물을 충분히 묻혀야 한다. 윈저앤뉴튼 코텔만은 영국 브랜드로, 고체 수채화의 대명사다.

12색 세트가 4만 원대. 발색이 부드럽고 물에 잘 녹는다. 초보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브랜드다.

홀베인은 일본 브랜드로, 색이 곱고 섬세하다. 12색 세트가 5만 원대. 전문가들이 선호하지만 가격이 부담된다.

Kuretake는 일본 브랜드로, 꽤 괜찮은 가성비를 자랑한다. 24색 세트가 2만 5천 원 선. 색이 다소 칙칙한 느낌이 있지만, 어반스케치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좋다.

실제 사용 팁

고체 수채화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물 조절이다. 붓에 물을 너무 많이 묻히면 물감이 연해지고, 너무 적게 묻히면 물감이 잘 안 묻어난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이렇다:

  1. 붓을 물통에 담갔다가 살짝 털어낸다.
  2. 고체 물감 표면을 살짝 문지른다.
  3. 팔레트 위에서 원하는 농도로 희석한다.
  4. 종이에 칠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 조절이 익숙해진다.


붓, 세 자루면 충분하다

붓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야외 스케치에서 붓이 많아지면 가방이 무거워지고, 꺼내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경험상 세 자루면 거의 모든 상황을 커버할 수 있다.

붓의 종류

수채화 붓은 크게 세 가지 재질로 나뉜다. 합성섬유 붓은 가장 보편적이고 저렴하다.

탄성이 좋아 초보자도 다루기 쉽다. 가격은 2,000-5,000원 선. 단점은 물 머금음이 적어 긴 선을 그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붓털(다람쥐털) 붓은 물을 많이 머금고 부드럽게 발린다. 넓은 면을 칠할 때 효과적이지만, 탄성이 약해 세부 작업에 불리하다.

가격은 1만 원 이상.

호르센(족제비털) 붓은 탄성과 물 머금음의 밸런스가 좋다. 전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재질이지만, 가격이 2만 원 이상으로 비싸다.

어떤 붓을 골라야 할까

초보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조합은 다음과 같다:

붓 크기 용도 추천 재질 가격대
4호(가늘고 긺) 디테일, 창문, 사람 합성섬유 3,000원
8호(중간) 일반 채색 합성섬유 or 호르센 5,000-15,000원
12호(굵고 둥금) 넓은 면, 하늘, 바닥 붓털 or 합성섬유 5,000-10,000원

4호 붓으로 건물의 창문이나 가로등 같은 세부를 그리고, 8호 붓으로 건물 외벽이나 나뭇잎을 칠한다. 12호 붓으로 하늘이나 바닥 같은 넓은 면을 빠르게 채운다.

실제 사용 후기

처음엔 1,500원짜리 다이소 붓 세트를 샀다. 6개들이였는데, 써보니 2개만 쓸모있고 나머지는 버려지는 느낌이었다.

붓털이 빠지고, 탄성이 없어 선이 삐뚤어졌다. 다음엔 '이니스프리 수채화 붓 3종 세트'를 샀다.

1만 2,000원. 합성섬유지만 탄성이 괜찮고, 붓털도 잘 안 빠졌다. 지금도 애용하고 있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붓은 사용 후 바로 씻어야 한다. 물감이 마르면 붓털이 손상된다.

야외에서 스케치할 때는 물티슈로 붓을 닦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물통과 기타 도구, 이걸로 충분하다

마지막 다섯 번째 도구는 '물통'이다. 그런데 단순한 물통이 아니다.

야외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물통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물통의 조건

어반스케치용 물통이 갖춰야 할 조건은 세 가지다.

  1. 밀봉이 잘 될 것: 가방에 넣고 다닐 때 물이 새면 낭패다.
  2. 물을 두 구역으로 나눌 수 있을 것: 한쪽은 깨끗한 물, 다른 쪽은 더러운 물. 이렇게 나누면 붓을 씻고, 깨끗한 물로 색을 섞을 수 있다.
  3. 들고 다니기 편할 것: 너무 크면 부담스럽다.

시중에 판매되는 접이식 물통이나 실리콘 물통이 인기다. 접으면 얇아져 가방에 넣기 좋다.

가격은 5,000-10,000원 선.

다른 도구들

물통 외에도 몇 가지 보조 도구가 있으면 편리하다. 물티슈는 야외에서 붓을 닦거나, 그림을 말릴 때 유용하다.

스케치북에 물을 너무 많이 묻혔을 때 물티슈로 눌러주면 물기를 제거할 수 있다. 팔레트는 고체 수채화를 쓴다면 따로 필요 없다.

물감 뚜껑이 팔레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색을 많이 섞어야 한다면, 작은 접이식 팔레트(3,000원 선)를 하나 장만하는 것도 좋다.

연필과 지우개도 있으면 좋다. 직접 펜으로 그리는 게 부담스럽다면,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펜으로 선을 따는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

연필은 HB나 2B, 지우개는 부드러운 타입을 추천한다.

추천하는 필수 도구 목록

도구 개수 예산 비고
스케치북(A5, 200-250gsm) 1권 5,000-12,000원 캔손 XL, 몽발 추천
방수 라이너(0.3mm, 0.5mm) 2자루 3,000-5,000원 사쿠라 피그마, 유니 핀
고체 수채화(18-24색) 1세트 20,000-40,000원 윈저앤뉴튼, 신한
붓(4호, 8호, 12호) 3자루 10,000-20,000원 합성섬유 추천
물통(접이식) 1개 5,000-10,000원 밀봉 잘 되는 제품
총 예산 43,000-87,000원 5-8만 원이면 충분

이 5가지 도구만 있으면 야외에서 바로 스케치를 시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모든 도구를 다 살 필요는 없다.

가장 필요한 것부터 하나씩 모아가자.


시작은 이렇게, 두려워하지 마세요

준비물이 갖춰졌다면, 이제 실제로 나가보자. 처음엔 어디서 뭘 그려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내가 처음 나갔을 때도 30분 동안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못 그렸다.

주변 풍경이 너무 복잡해 뭐부터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

첫 번째 스케치, 이렇게 해보자

1.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처음부터 거대한 건물이나 복잡한 거리 풍경을 그리려고 하지 마라. 동네 카페 한쪽, 공원 벤치, 가로등 하나. 작은 대상을 정해서 그려보자.

2. 10분 안에 끝낸다

완벽하게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10분 타이머를 맞춰놓고, 그 시간 안에 끝내는 연습을 한다.

시간이 촉박하면 자연스럽게 중요한 부분만 집중해서 그리게 된다. 3. 선부터 긋는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싶은 유혹이 들지만, 가능하면 펜으로 바로 그려보자. 실수해도 괜찮다.

어반스케치는 완벽한 그림이 아니라, 그 순간의 기록이니까.

4. 색은 최소한으로

처음엔 무채색(펜 드로잉만)으로 시작해도 좋다. 색을 넣고 싶다면, 한 가지 색만 골라서 포인트로 넣어보자. 예를 들어 건물은 검은색 펜, 하늘은 파란색 물감 한 가지.

흔한 실수와 극복 방법

"그림 실력이 없어서 못 그려요"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어반스케치는 실력보다 '관찰'이 중요하다.

내가 본 그대로를 그리려고 하지 말고, 내가 느낀 대로 그리면 된다. 삐뚤어져도, 비율이 맞지 않아도 그게 내 시선이다.

"사람들이 쳐다봐서 부끄러워요"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면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건 불가피하다. 처음엔 신경 쓰이지만, 몇 번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그리면 주변 시선을 덜 의식하게 된다. "날씨가 안 좋으면 어쩌죠?"

비 오는 날은 오히려 좋은 기회다.

빗물에 번지는 수채화의 느낌이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우산을 쓰고 그리거나, 지하철 역사나 카페 안에서 그려보자.

커뮤니티의 힘

혼자 시작하는 게 두렵다면, 주변 어반스케치 모임에 참여해보자. '어반스케쳐스 코리아' 페이스북 그룹이나, 각 지역 카페에서 정기 모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모임에 가면 다양한 실력의 사람들이 함께 그림을 그린다.

서로의 그림을 보고 배우고, 팁을 공유한다. 혼자 할 때보다 훨씬 재미있고, 성장도 빠르다.

실제로 내가 처음 참여한 모임에서 60대 할머니를 만났다. 그림을 배운 적이 없는데, 2년째 꾸준히 모임에 참여하고 계셨다.

그분의 스케치북에는 동네 골목길, 시장 풍경, 손주 얼굴 등 일상의 순간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그림들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마무리, 당장 나가보자

어반스케치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건 결국 용기다. 좋은 도구, 비싼 장비보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나가서 한 줄이라도 그어보는 것이다.

내가 처음 그린 그림은 동네 슈퍼 앞에 있던 고양이였다. 10분 만에 후다닥 그렸는데, 비율도 안 맞고 선도 삐뚤빼뚤했다.

하지만 그 그림을 지금 다시 보면 그 날의 햇살과 바람, 고양이가 하품하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사진보다 더 강력한 기억이다.

준비물은 이미 알려줬다. 스케치북, 펜 두 자루, 고체 수채화, 붓 세 자루, 물통. 딱 5가지. 5만 원 안팎이면 모든 걸 갖출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당신의 발걸음이다. 지금 당장 가방에 스케치북을 넣고 나가보자. 집 앞 카페, 동네 공원, 출근길 지하철 역사. 어디든 좋다.

펜을 꺼내 들어보자. 그리고 첫 선을 그어보자.

그 선이 당신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나는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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