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수 타이밍, ‘이가격이 오면 사라’에서 찾은 실전 투자 전략
왜 지금 이 책을 다시 꺼내야 하는가
며칠 전 지인과의 저녁 자리에서 우연히 아파트 이야기가 나왔다. 30대 중반의 그 친구는 결혼 3년 차, 그동안 전세로 살면서 매수 타이밍만 노리고 있었다.
“집값이 언제 바닥일지 알 수가 없어. 2022년에 안 산 게 후회되지만, 지금 사자니 더 떨어질까 무섭고.” 이 말을 들으면서 2020년 말에 우연히 읽었던 채상욱 작가의 『아파트, 이가격이 오면 사라』가 떠올랐다. 사실 이 책은 처음 출간됐을 때 꽤 논란이 있었다.
‘매수 타이밍을 가격 하나로 판단한다고?’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단순한 ‘타이밍 예측서’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제시한 기준 가격은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라, 그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이자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숨겨진 줄다리기 지점이었다. 2023년 하반기, 실제로 내가 관찰한 서울 주요 단지들에서 이 이론이 얼마나 정확하게 들어맞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서울 노원구의 한 재건축 단지는 2022년 고점 대비 35% 하락한 가격에서 갑자기 거래량이 폭증했다. 바로 그 가격이 작가의 분석 기준에 부합하는 지점이었다.
| 지표 | 고점 (2021년 하반기) | 저점 (2023년 하반기) | 하락률 | '이가격' 기준 충족 여부 |
|---|---|---|---|---|
| 강남권 재건축 (전용 84㎡) | 25억원 | 18억원 | 28% | 조건부 충족 (급매 소진 후 2억 상승) |
| 노원구 대단지 (전용 84㎡) | 9억 5천만원 | 6억 2천만원 | 34.7% | 완전 충족 (거래량 3배 증가) |
| 마포구 신축 (전용 59㎡) | 13억원 | 9억 8천만원 | 24.6% | 미충족 (추가 하락 리스크) |
| 송파구 대단지 (전용 84㎡) | 18억원 | 13억 5천만원 | 25% | 완전 충족 (저점 후 8개월간 15% 상승) |
위 표에서 보듯이, 모든 단지가 동일한 패턴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가격' 이론의 핵심은 단순히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가격이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는 능력에 있었다.
예를 들어 노원구 대단지의 경우, 6억 2천만원은 2020년 초 수준으로 돌아간 가격이었고, 이 가격에서 실수요자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반면 마포구 신축은 여전히 고점 대비 하락률이 낮았고,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이 책을 다시 펼치면서 나는 한 가지 확실히 깨달았다. 아파트 매수는 단순히 ‘싸다’는 이유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 진짜 타이밍은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지지 않는 지점에서, 거래량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순간에 찾아온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는 ‘이가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출되는 것일까?
Q&A로 풀어보는 ‘이가격’의 산출 공식
부동산 카페에서 활동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 아파트, 지금 사도 될까요?”다. 나는 그럴 때마다 묻는다.
“이 아파트의 2020년 초 가격이 얼마였고, 직전 고점은 얼마였으며, 전세가는 얼마인지 아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점 대비 하락률만 체크할 뿐, 이 세 가지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채상욱 작가의 방법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크게 세 가지 기준으로 ‘이가격’을 판단한다. 첫째는 직전 사이클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가격, 둘째는 2020년 초(코로나 이전) 가격 수준, 셋째는 전세가율 70% 이상이면서 전세가가 하락하지 않는 가격.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충족될 때가 매수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2024년 1월, 실제로 이 기준을 적용해 볼 기회가 있었다. 경기도 광명시의 한 역세권 단지(전용 84㎡ 기준)는 2021년 고점 8억 5천만원에서 2023년 말 5억 8천만원까지 하락했다.
하락률은 약 32%. 2020년 초 가격은 5억 5천만원이었고, 당시 전세가는 4억 2천만원으로 전세가율 72%였다.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됐다.
이후 2024년 3월까지 이 아파트는 6억 5천만원으로 반등했다.
| 구분 | 2021년 고점 | 2023년 저점 | 2024년 3월 | 변동률 (고점→저점) | 전세가율 (저점 기준) |
|---|---|---|---|---|---|
| 광명시 역세권 A단지 | 8.5억 | 5.8억 | 6.5억 | -31.8% | 72.4% |
| 인천 송도 B단지 | 7.2억 | 4.5억 | 5.0억 | -37.5% | 68.9% |
| 수원 영통 C단지 | 9.0억 | 6.3억 | 7.1억 | -30% | 71.4% |
| 분당 D단지 | 15억 | 10.2억 | 11.8억 | -32% | 74.5% |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하락률만 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천 송도 B단지는 하락률이 37.5%로 가장 높았지만, 전세가율이 68.9%로 70%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전세 수요가 충분히 받쳐주지 못한다는 신호였고, 실제로 2024년 3월 기준 회복률도 다른 단지보다 낮았다. 반면 분당 D단지는 전세가율 74.5%로 가장 높았고, 저점 대비 회복률도 15.7%로 준수했다.
이 기준을 실제 투자에 적용할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전세가율 70%’라는 숫자는 지역과 단지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전세가율이 60% 후반이어도 충분히 안정적인 경우가 많다. 반면 신도시 대단지는 70%를 넘겨야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팁을 더하자면, ‘전세가가 하락하지 않는 가격’이라는 조건을 꼭 확인해야 한다. 전세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건 해당 단지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매매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바닥을 확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2023년 하반기, 경기도의 한 신축 단지는 매매가가 20% 하락했지만 전세가가 같은 기간 15% 떨어지면서 전세가율이 오히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단지는 ‘이가격’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이 기준을 실제로 적용하면 수익률은 얼마나 나오는 걸까?
실제 투자자들의 경험 ‘이가격’을 적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2023년 8월, 동호회 모임에서 만난 40대 투자자 K씨의 사례는 지금도 생생하다. 그는 2022년 10월, 서울 동작구의 한 20년 된 아파트를 7억 8천만원에 매수했다.
당시 주변에서는 “더 떨어질 텐데 왜 샀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K씨는 계산이 되어 있었다.
2021년 고점이 11억 5천만원이었고, 2020년 초 가격이 7억 5천만원이었으며, 전세가율이 74%였다.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된 가격이었다.
K씨는 매수 후 6개월간 추가로 3% 정도 하락하는 것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2023년 4월부터 거래량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2024년 1월 기준 8억 9천만원으로 평가액이 올랐다.
1년 3개월 만에 약 14%의 수익이 났다. 그가 말하길 “주변에서 다들 ‘지금이 바닥이다, 아니다’ 말이 많지만, 결국 데이터가 답이다”라고 했다.
반면, 기준을 무시하고 투자한 사례도 많다. 2023년 5월, 서울 성동구의 한 신축 아파트를 15억에 매수한 L씨. 그는 “고점 대비 20% 하락했으니 바닥이다”라는 감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5%에 불과했고, 2020년 초 가격은 10억 5천만원이었다. 세 가지 기준 중 단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2024년 2월 현재 이 아파트는 13억 2천만원으로, 12% 추가 하락했다.
| 투자자 | 매수 시점 | 매수가 | 적용 기준 | 현재 평가액 (2024.3) | 수익률 |
|---|---|---|---|---|---|
| K씨 | 2022.10 | 7.8억 | 세 가지 모두 충족 | 8.9억 | +14.1% |
| L씨 | 2023.5 | 15억 | 미충족 (감에 의존) | 13.2억 | -12% |
| P씨 | 2023.1 | 5.2억 (인천) | 두 가지 충족 (전세가율 68%) | 5.6억 | +7.7% |
| J씨 | 2023.8 | 9.8억 (마포) | 전세가율만 충족 | 9.5억 | -3.1% |
이 표에서 흥미로운 점은 P씨의 사례다. 그는 인천의 한 단지를 5억 2천만원에 매수했는데, 하락률 35%와 2020년 초 가격 조건은 충족했지만 전세가율이 68%로 기준에 미달했다.
그럼에도 7.7%의 수익을 냈다. 이는 전세가율 조건이 다른 조건보다 덜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지역과 단지 특성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전에서 적용할 때는 단순히 세 가지 조건을 체크리스트처럼 확인하는 것을 넘어, 각 조건의 상호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락률 30% 조건은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충족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전세가율이 높다면 하방 경직성이 확보된 것이다. 반대로 하락률이 30%를 넘겼는데 전세가율이 낮다면, 그 하락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나도 이 기준을 바탕으로 2023년 11월에 한 건의 매수를 실행했다. 경기도의 한 구도심 재개발 단지였는데, 고점 대비 33% 하락, 2020년 초 가격 대비 5% 높은 수준, 전세가율 71%였다.
매수 후 4개월이 지난 지금, 8% 정도 상승했다. 아직 큰 수익은 아니지만, 적어도 ‘싸게 샀다가 더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이제 궁금해질 것이다. 이 ‘이가격’ 이론이 앞으로도 유효할까? 시장 상황이 계속 변하는데, 과거의 기준이 미래에도 통할까?
‘이가격’ 이론의 한계와 미래 전망 2024년 이후의 투자 전략
2024년 4월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기준금리가 3.5%에서 동결되고 있지만, 하반기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가격’ 이론을 그대로 적용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본 프레임은 유효하지만 일부 보정이 필요하다. 2023년과 2024년의 가장 큰 차이는 ‘전세가율’의 의미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2022-2023년에는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안전한 투자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24년 들어 전세사기 여파와 역전세 리스크가 커지면서, 전세가율이 무조건 높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1분기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52.3%로 2021년(62.1%) 대비 크게 낮아졌다. 이는 전세 수요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구조적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세가율 70%’라는 과거 기준을 현재에 그대로 적용하면 오히려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있다.
| 구분 | 2021년 | 2023년 | 2024년 1분기 | 변화 요인 |
|---|---|---|---|---|
| 서울 평균 전세가율 | 62.1% | 55.8% | 52.3% | 전세사기 여파, 역전세 리스크 |
| 강남3구 전세가율 | 58.3% | 51.2% | 48.7% | 고가 주택 월세 선호 증가 |
| 노도강 전세가율 | 68.5% | 63.1% | 59.4% | 전세 수요 감소, 매매 관망 |
| 신도시 전세가율 | 65.2% | 60.5% | 57.1% | 입주 물량 증가, 전세 공급 과잉 |
이 표를 보면 전세가율이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가격’ 이론을 2024년에 적용할 때는 전세가율 기준을 65%에서 70% 사이로 완화하거나, 대신 ‘전세가 하락폭’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추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2024년 2월 경기도의 한 신도시 단지는 전세가율이 63%로 낮았지만, 최근 6개월간 전세가가 단 1%만 하락했다. 반면 같은 지역의 다른 단지는 전세가율 68%였지만, 6개월간 전세가가 5% 하락했다.
전자의 경우 전세 수요는 적지만 안정적이라는 뜻이고, 후자는 전세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다. 이런 경우 전세가율이 낮더라도 ‘전세가 안정성’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한다.
또 하나 고려할 점은 ‘2020년 초 가격’ 기준이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상황이었고, 이후 3년간 물가가 15% 이상 상승했다.
따라서 2020년 초 가격을 그대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실질 가치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2020년 초 가격에 물가 상승률(약 15%)을 반영한 가격을 새로운 기준으로 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이런 보정을 거치면, 2024년 하반기 이후의 매수 전략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단지 중에서, 둘째, 2020년 초 가격 + 15% 수준에 근접한 가격이면서, 셋째, 전세가 안정성(6개월간 전세가 변동률 3% 미만)이 확보된 곳을 찾는 것이다.
2024년 3월 말, 이 새로운 기준으로 몇몇 단지를 스크리닝해봤다.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특히 강남권은 대부분의 단지가 고점 대비 하락률이 20% 내외에 머물러 있어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반면 경기 남부와 인천 일부 지역에서는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가 몇 곳 발견됐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그래서 지금 사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명확한 답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가격이 오면 사라’는 단순한 책 제목 이상의 통찰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심리, 거래량, 전세가 등 여러 지표가 동시에 가리키는 방향이 있을 때, 그 방향이 바로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부동산 투자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프레임워크는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이가격’ 이론은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 각자의 투자 판단을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결국 투자자 자신의 몫이다.
지금 당장 매수할지, 좀 더 기다릴지는 시장의 신호를 읽는 여러분의 안목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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