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달성, 당신의 기업이 놓치면 안 될 3가지 전략
RE100,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
지난주 한 중견기업 대표를 만났다. "RE100 안 하면 어쩌라는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분이었는데, 요즘은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유를 물었더니 "애플에 납품하는데, 내년부터 우리 공장 전력이 재생에너지가 아니면 계약 갱신이 안 된다더라"는 답이 돌아왔다. RE100이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주는 압박은 점점 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RE100 캠페인에 참여한 전 세계 430여개 기업들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570TWh를 넘어섰다. 이게 얼마나 큰 숫자냐면, 2023년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량인 546TWh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RE100 회원사들의 전력 소비가 대한민국 전체 전력 소비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기업 중 현재 RE100에 참여한 곳은 36곳.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해외 기업을 포함하면 160개 이상으로 늘어나고, 연간 전력 소비량도 60TWh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이 고작 2%에서 9%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제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의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21.6%.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게다가 이 목표치에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같은 비재생에너지원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재생에너지 비율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 구분 | RE100 회원사 전력 소비량 | 우리나라 연간 전력 소비량 |
|---|---|---|
| 규모 | 570TWh+ | 546TWh |
| 참여 기업 수 | 430여개 | - |
| 국내 참여 기업 | 36개 (해외 기업 포함 160개+) | - |
|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 | 2%→9% (상승 중) | 2030년 목표 21.6% |
블룸버그 NEF의 최신 보고서는 더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2024년 6월 기준, RE100 회원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총 37GW의 태양광과 20GW의 풍력에너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추가로 100GW의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전망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기보다,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전략부터 짚어보자.
PPA, 직접 전력구매계약으로 가는 길
작년 11월, 한 반도체 소재 기업의 에너지팀장이 보낸 메일이 생각난다.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려는데, 국내에서 가능한 방법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 팀장은 "해외 본사에서 2025년까지 RE100 달성을 요구하는데, 국내에서는 태양광 설치 공간도 부족하고 REC(재생에너지 인증서) 시장도 불투명하다"며 난감해했다. PPA(Power Purchase Agreement)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장기 계약을 맺어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RE100 달성 수단이기도 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수백 MW 규모의 PPA를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부터 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문제는 여러 가지다.
첫째,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자체가 부족하다. 둘째, 한전의 전력구매 의무와의 충돌 문제가 있다.
셋째, 기업이 직접 PPA를 체결하려면 1MW 이상의 전력 사용량이 필요해 중소기업이 접근하기 어렵다.
| PPA 유형 | 장점 | 단점 | 적합한 기업 규모 |
|---|---|---|---|
| 직접 PPA | 장기 가격 안정성, 탄소 배출권 확보 | 대규모 전력 사용 필요, 계약 복잡성 | 대기업 |
| 간접 PPA (제3자 PPA) | 중소기업도 참여 가능, 부담 완화 | 중개 수수료, 계약 유연성 부족 | 중견기업 |
| 가상 PPA (VPPA) | 물리적 전력 수전 불필요, 금융적 이점 | 전력 시장 가격 리스크 | 글로벌 기업 |
| 그린 프리미엄 제도 | 간편한 절차, 소규모 기업 적합 | 가격 경쟁력, 실질적 재생에너지 기여도 낮음 | 중소기업 |
실제로 국내 PPA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2023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체결된 기업 PPA는 20건 미만. 반면 미국에서는 2022년 한 해에만 17GW 규모의 기업 PPA가 체결됐다.
차이가 극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PA는 RE100 달성의 핵심 전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REC 구매만으로는 "실질적인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게 글로벌 기준의 변화다.
RE100 캠페인은 2025년부터 REC 구매만으로는 목표 달성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국내 최초로 100MW 규모의 태양광 PPA를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연간 약 130GWh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게 됐다.
SK E&S와의 협력을 통해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 PPA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PPA를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몇 가지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
첫째, 회사의 연간 전력 사용량과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라. 둘째, 장기 계약(보통 10-20년)이 가능한 재무 구조인지 확인하라. 셋째, 법무·세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계약 조건을 꼼꼼히 검토하라.
REC 구매, 현실적인 타협점
"PPA는 좋은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지난달 만난 전자부품 제조업체 대표의 말이다. 연간 전력 사용량이 500MWh 정도인 이 회사는 PPA를 체결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았다.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뿐이었다. REC는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기업은 REC를 구매함으로써 자신이 사용한 전력량만큼 재생에너지가 생산되었음을 주장할 수 있다. 글로벌 RE100 기준에서도 REC 구매는 유효한 달성 방법 중 하나다.
국내 REC 시장은 2012년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도입과 함께 시작됐다. 현재 우리나라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REC 가격은 1MWh당 약 3만-5만원 수준을 오가고 있다.
태양광 REC가 가장 보편적이고, 풍력·수력 등의 REC도 거래되고 있다.
| REC 유형 | 가격대 (2023년 기준) | 발행 조건 | 신뢰도 |
|---|---|---|---|
| 태양광 REC | 35,000-50,000원/MWh | 태양광 발전 | 보통 |
| 풍력 REC | 30,000-40,000원/MWh | 육상/해상 풍력 | 높음 |
| 수력 REC | 25,000-35,000원/MWh | 소수력 | 높음 |
| 바이오매스 REC | 20,000-30,000원/MWh | 목재 팰릿 등 | 낮음 (논란 있음) |
| 해상풍력 REC | 40,000-55,000원/MWh | 해상 풍력 | 매우 높음 |
하지만 REC 구매에도 함정이 있다. RE100 캠페인은 2025년부터 REC 구매에 대한 인정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추가성(additionality)" 요건이 핵심이다. 즉, 기존에 이미 건설된 발전소에서 발행된 REC보다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통해 발행된 REC를 더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REC의 국제적 인정 문제다. 국내에서 발행된 REC가 글로벌 RE100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REC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REC 구매를 고려한다면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단기 REC 구매(1-3년)와 장기 계약을 혼합해 가격 리스크를 분산하라. 둘째, 가능하면 해상풍력이나 수력 등 신뢰도가 높은 REC를 우선 확보하라. 셋째, REC 구매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라.
실제 사례를 보자. LG전자는 2022년부터 국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일부를 REC 구매로 충당하고 있다. 연간 약 200GWh 규모로, 이를 통해 RE100 로드맵의 중간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다만 LG전자도 REC 구매만으로는 장기적인 RE100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PPA와 자가 발전을 병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가 발전, 가장 확실하지만 가장 까다로운 길
"공장 옥상에 태양광 패널 깔아볼까?"
많은 기업들이 처음 RE100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자가 발전이다. 실제로 애플은 자사 데이터센터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운영 중이고, BMW는 공장 지붕에 풍력 터빈을 세우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자가 태양광 발전을 도입하고 있다. 자가 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전력 비용의 안정성이다.
한전 전기요금이 매년 5-10%씩 오르는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 단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태양광 발전 단가는 kWh당 약 100-150원 수준. 한전 전기요금(산업용 기준 약 130-170원)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는 수준이다.
| 발전 방식 | 초기 투자 비용 | 발전 단가 (kWh당) | 유지보수 비용 | 설치 가능 면적 |
|---|---|---|---|---|
| 옥상 태양광 | 150-250만원/kW | 100-130원 | 낮음 | 건물 옥상 (제한적) |
| 지상 태양광 | 120-180만원/kW | 80-110원 | 낮음 | 넓은 부지 필요 |
| 소형 풍력 | 500-800만원/kW | 150-250원 | 중간 | 풍황 조건 중요 |
| 연료전지 | 1,000-1,500만원/kW | 200-350원 | 높음 | 공간 제약 적음 |
하지만 자가 발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째, 설치 공간 문제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도시형 공장에 입주해 있어 넓은 옥상이나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 중견기업은 "공장 옥상 면적이 1,000㎡인데, 태양광 설치 용량은 100kW가 한계"라고 토로했다.
둘째,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1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데 약 15-25억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있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기업은 제한적이다.
셋째, 발전량의 변동성 문제다. 태양광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진다.
여름에는 100% 발전하지만, 겨울이나 흐린 날에는 20-30% 수준으로 떨어진다. ESS(에너지 저장장치)를 함께 설치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가 발전은 RE100 달성의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REC 구매나 PPA와 달리,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환경적·경제적 가치가 높다.
특히 기업의 ESG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주목할 만한 사례는 포스코의 '그린 스틸' 프로젝트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5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완공되면 연간 약 60GWh의 전력을 생산해 제철소 운영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자가 발전과 PPA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자가 발전을 고려한다면, 우선 회사 건물의 구조 안전성과 일조량을 전문가에게 의뢰해 평가받아야 한다.
그다음,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사업과 지자체의 보조금을 확인해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발전량 예측과 실제 소비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용량을 설계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이 나아갈 방향
RE100 캠페인의 올리 윌슨 총괄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는 11차 전기본에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높여 이러한 흐름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미래에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 "
이 말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RE100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실제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2030년까지 모든 공급망의 RE100 달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 요구에 응하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다.
세 가지 전략을 종합해보면, 단일 방법보다는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기업은 PPA와 자가 발전을 병행하고, 중소기업은 REC 구매와 에너지 효율화를 우선 추진하는 식이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으로 ESG 기조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수석연구원의 말처럼, "국내 기업 대상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RE100은 단순한 환경 운동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2024년 11차 전기본이 확정되면,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정부의 목표 상향과 정책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우리 기업들의 RE100 달성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하지만 정책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늦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움직이고 있고, 기회는 먼저 준비하는 기업에게 돌아간다.
지금 당신의 기업은 RE100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만약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오늘부터라도 첫걸음을 떼는 게 좋다.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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