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안 낳고 새끼 낳는 물고기, 당신의 어항이 바뀐다

물고기도 엄빠가 있다고?

며칠 전 지인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어항 속 구피가 새끼를 낳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 물고기가 어떻게 새끼를 낳아?" 내가 의아해하자 지인은 "구피는 알이 아니라 새끼로 태어나"라며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을 보여줬다. 작은 치어(새끼 물고기)가 어미 배에서 나와 유영하는 모습이 생생했다.

순간 내 머릿속에 '물고기 = 알 낳는다'는 공식이 산산조각 났다. 사실 우리가 흔히 아는 금붕어나 열대어 대부분은 알을 낳는다.

하지만 세상에는 알 대신 새끼를 낳는 물고기들이 꽤 존재한다. 생물학적으로는 '난태생(卵胎生)'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 왜 진화했을까? 단순히 "더 안전하니까"라는 대답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2021년 《네이처 생태학 진화》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난태생 어종은 전체 경골어류의 약 3%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번식 성공률은 알을 낳는 어종보다 평균 40% 이상 높다고 한다. 새끼가 어미 몸속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초기 사망률이 확 낮아지는 것이다.

내가 충격받은 건 구피뿐만이 아니었다. 검색을 해보니 시클리드, 플래티, 몰리, 검은몰리 등 수족관에서 흔히 보는 물고기들도 새끼를 낳는 경우가 많더라. 이 녀석들은 알이 아닌 치어를 바로 출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종 번식 방식 한 배 새끼 수 성장 기간 (알-치어) 초기 사망률
구피 난태생 20-60마리 21-30일 약 30%
플래티 난태생 10-40마리 24-35일 약 25%
몰리 난태생 20-100마리 28-40일 약 35%
시클리드(구내보육) 산란 후 입 보육 10-80마리 18-30일 약 15%
금붕어 산란 100-1000개 4-7일 약 90%

표에서 보듯 알을 낳는 금붕어의 초기 사망률이 90%에 달하는 반면, 새끼를 낳거나 입으로 보육하는 물고기들은 훨씬 낮은 사망률을 보인다. 이게 바로 '난태생'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또 궁금해진다. "그럼 왜 대부분의 물고기는 알을 낳는 걸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알을 낳는 방식이 한 번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알을 생산할 수 있어 전체 개체 수 유지에는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새끼를 낳는 방식은 개체당 투자하는 에너지가 훨씬 크지만, 각 개체의 생존율이 높아지는 trade-off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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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새끼를 넣고 키우는 물고기, 충격 그 자체

난태생 물고기만 있는 게 아니다. '구내보육(口內保育)'이라는 더 충격적인 방식을 쓰는 녀석들도 있다.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와 말라위 호수에 사는 시클리드과 물고기들이 대표적이다. 이 녀석들은 알을 낳은 후, 어미가 그 알을 입에 넣고 다닌다.

그러다 부화하면 치어를 계속 입에 넣어 보호하는 식이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나는 "아니, 입에 넣으면 어떻게 먹고 숨 쉬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구내보육을 하는 시클리드는 알이나 치어를 입에 넣은 기간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2022년 《동물행동학》지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구내보육 기간 동안 어미 시클리드의 체중이 평균 15-20% 감소한다고 한다.

엄청난 희생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지난해 수족관에서 브루두스 시클리드 한 쌍을 분양받았다. 처음엔 알을 낳는 모습도 보지 못했는데, 어느 날 암컷의 입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혹시 병에 걸린 건가?" 싶어 검색해보니, 구내보육 중인 상태였다. 그 후 3주 동안 암컷은 입을 꼭 다물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나는 어항 구석에 숨겨둔 먹이를 확인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입에서 작은 치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 순간의 감동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구내보육의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은 '탁란(托卵)'이다.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에 사는 어떤 메기과 물고기는 시클리드에게 알을 맡기는 전략을 쓴다. 이 메기는 자신의 알을 시클리드가 알을 품고 있는 입 속에 몰래 넣는다.

시클리드는 자신의 알인 줄 알고 함께 보육하는 셈이다. 새 중에서도 뻐꾸기가 이런 탁란을 하는 건 유명하지만, 물고기에게도 이런 행동이 있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구내보육 어종 보육 기간 일일 에너지 소모량 보육 중 섭식 가능 여부 부화 후 치어 생존율
탕가니카 시클리드 18-30일 기초대사량의 130% 거의 불가능 85-95%
말라위 시클리드 21-28일 기초대사량의 125% 매우 제한적 80-90%
아스토로틸라피아 14-21일 기초대사량의 140% 불가능 90-95%

표에서 보듯 보육 기간 동안 에너지 소모량이 기초대사량보다 25-40%나 높다. 게다가 대부분의 종은 이 기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그 희생의 대가로 치어 생존율이 80%를 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수족관에서 시클리드를 키우고 있다면, 암컷의 입이 부풀었을 때 절대 놀라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먹이를 줘도 먹지 않는다고 당황하지 마시라. 그냥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게 최선의 도움이다.

당신의 어항에 맞는 번식형 물고기 선택법

이제 궁금증이 풀렸다면, 실제로 어항에 들일 물고기를 선택할 차례다. 번식 방식을 고려한 선택은 단순 취미를 넘어 어항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

먼저 난태생 물고기의 대표주자인 구피를 생각해보자. 구피는 초보자에게 최적이다. 한 번만 제대로 키우면 2-3주 만에 어항이 치어로 가득 차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일반 구피는 마리당 1,000-3,000원 선이면 구입 가능하다. 하지만 치어가 너무 많이 태어나면 어항 내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한데, 이때 다른 물고기와 합사했다간 치어가 잡아먹힐 수 있다.

실제로 내 친구는 구피만 30마리 키우다가 3개월 만에 150마리로 불어난 경험이 있다. "어항이 터질 것 같다"고 말하더라.

반면 시클리드는 완전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구내보육을 하는 시클리드는 치어 생존율이 높지만, 부모가 치어를 보호하는 기간 동안 다른 물고기에게 공격적이 될 수 있다. 특히 수컷은 영역 싸움을 벌이기 일쑤다.

2020년 《수생생물학》지에 실린 연구에서, 구내보육 중인 시클리드 수컷의 공격성 지수가 평소보다 3.2배 높았다는 결과가 있다. 이 녀석들을 키울 때는 충분한 은신처와 넓은 공간이 필수다.

만약 당신이 "나는 그냥 예쁜 물고기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라면, 번식 방식이 덜 까다로운 종을 선택하는 게 좋다. 구피나 플래티처럼 난태생이면서도 합사가 쉬운 종이 적합하다.

반대로 "번식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다면, 시클리드에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다. 다만 시클리드 중에서도 구내보육을 하지 않는 종이 있으니, 분양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번식 방식 초보자 난이도 번식 관찰 재미 치어 생존율 합사 난이도 가격대 (마리당)
난태생 (구피 등) ★☆☆☆☆ ★★★★☆ 30-50% ★★☆☆☆ 1,000-5,000원
구내보육 (시클리드) ★★★★☆ ★★★★★ 80-95% ★★★★★ 5,000-30,000원
산란 후 방치 (금붕어) ★☆☆☆☆ ★☆☆☆☆ 1-10% ★☆☆☆☆ 500-3,000원
산란 후 보호 (자리돔) ★★★☆☆ ★★★★☆ 50-70% ★★★☆☆ 3,000-10,000원

표를 보면 알겠지만, 번식 관찰 재미와 초보자 난이도는 대체로 반비례한다. 구내보육 시클리드는 가장 재미있지만 가장 어렵고, 금붕어는 쉽지만 번식 과정을 보기가 어렵다.

내 경험상 처음 도전한다면 구피나 플래티 같은 난태생 종으로 시작하는 게 현명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치어가 태어나는 순간을 목격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나도 3년 전 처음 물생활(물고기 키우는 생활)을 시작했을 때 구피 5마리로 시작했다. 첫 2주 만에 암컷 한 마리가 새끼를 낳는 걸 목격했고, 그 감동에 빠져 지금은 7개의 어항을 운영 중이다.

지금은 시클리드도 키우고, 자리돔도 키운다. 하지만 그 시작은 구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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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 속 작은 생명의 드라마, 당신도 경험할 수 있다

물고기가 새끼를 낳는 광경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드라마다. 특히 구내보육을 하는 시클리드가 입에서 치어를 내보내는 순간, 그리고 구피가 꼬리에서 작은 새끼를 떨어뜨리는 순간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지난주에도 내 어항에서 드라마가 펼쳐졌다. 플래티 암컷이 배가 부풀어 오르길래 "곧 출산이겠구나" 싶어 관찰을 시작했다.

새벽 2시, 잠이 깨서 어항 앞에 앉았는데, 갑자기 암컷의 배에서 작은 치어가 하나둘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총 23마리. 그중 2마리는 다른 물고기에게 잡아먹혔지만, 21마리는 무사히 성장 중이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왜 사람들이 물고기 키우는 데 빠져드는지 알 것 같다. 당신의 어항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지금 당장 인터넷에서 '난태생 물고기'나 '구내보육 물고기'를 검색해보라.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종을 골라보라. 그런 다음, 해당 종의 번식 조건을 확인하고 어항을 세팅해보라. 어쩌면 몇 주 후, 당신도 내가 겪었던 그 감동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물론 번식에 실패할 수도 있다.

치어가 모두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정말 많다.

생명의 신비, 생태계의 원리, 그리고 작은 생명을 돌보는 책임감까지. 이 모든 게 물고기 한 마리에서 시작된다. 자, 이제 당신의 선택이다.

알만 낳는 지루한 어항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새끼를 낳고 키우는 생생한 드라마가 펼쳐지는 어항을 만들 것인가. 나는 후자를 강력히 추천한다. 당신의 어항이 바뀌는 순간, 당신의 물생활도 완전히 달라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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