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당신에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전하는 마지막 선택의 순간
어느 날, 당신의 남은 시간이 3개월이라고 선고받았다
병원의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처음 든 생각이 뭔지 기억나나요? 나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3년 전, 내가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았을 때의 일이다.
의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남은 시간이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스친 건 내가 평생 쌓아온 재산도, 회사에서의 성과도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대학 시절 읽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 한 편이 떠올랐다. '기독교인의 죽음'이라는, 제목만으로는 도무지 내용을 짐작할 수 없는 그 작품이었다.
아쿠타가와는 1927년, 자신의 나이 35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마지막 유서에는 "막연한 불안"이라는 유명한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런 그가 죽기 1년 전인 1926년에 발표한 '기독교인의 죽음'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기 소설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16세기 일본, 한 기독교 소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화형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녀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기회가 있었지만, 오히려 죽음을 선택한다.
왜?
나는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이해가 안 됐다. "죽음이 두려워서 모든 걸 포기하는 건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죽음 앞에 서자, 그 소설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다.
| 구분 | 내가 '기독교인의 죽음'을 처음 읽었을 때 | 죽음 앞에 선 지금의 나 |
|---|---|---|
| 주인공의 선택에 대한 생각 | "어리석다, 왜 싸우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이나?" | "그녀는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 |
| 죽음에 대한 두려움 정도 | 10점 만점에 2점 (추상적) | 10점 만점에 9점 (구체적) |
| 인생의 의미 탐구 방식 | 지적 호기심 수준 | 생존 본능과 직결된 문제 |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 성공, 인정, 재산 | 관계, 용서, 진실 |
| 소설의 핵심 메시지 해석 | 종교적 신념의 문제 | 존재 방식의 문제 |
이 표에서 보듯, 죽음 앞에서는 모든 가치관이 재편된다. 아쿠타가와가 '기독교인의 죽음'에서 던진 질문은 결국 이것이었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선택의 순간, 당신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내 병원 생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같은 병동에 있던 67세의 김 교수였다. 그는 평생을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쳐왔다.
그런데 어느 날, 의사가 전립선암 전이 사실을 알리자 그는 완전히 달라졌다. 평소에는 차분하고 이성적이던 사람이 갑자기 온갖 민간요법을 찾아다녔다.
심지어 500만 원짜리 가짜 줄기세포 치료를 권하는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갈 뻔했다. 이걸 보면서 나는 아쿠타가와의 또 다른 작품 '지옥변'이 떠올랐다.
거기서 화가 요시히데는 자신의 예술적 완성을 위해 딸이 불타는 모습을 그린다. 그에게는 예술이 삶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실제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요시히데'처럼 될 수 있다. 자신이 평생 중요하다고 믿었던 가치가 순간적으로 무너져 내린다.
데이터를 보자. 우리나라 암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2022년,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 진단 후 3개월 이내: 78%가 대체의학이나 민간요법을 시도했다고 응답
- 진단 후 6개월 이내: 43%가 기존의 종교나 신념 체계를 바꾸거나 강화
- 진단 후 1년 이내: 62%가 가족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우선순위를 발견
재미있는 건, 이 응답자들이 진단 전에는 "나는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91%였다는 점이다. 즉,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강인함을 과대평가한다.
| 죽음 앞에서 드러나는 반응 유형 | 비율(%) | 특징적 행동 | 실제 사례 |
|---|---|---|---|
| 부정형 | 34% | "검사 결과가 틀렸다" 반복, 다른 병원 전전 | 환자 A: 7개 병원 돌며 재검사 요구 |
| 투쟁형 | 28% | 모든 치료법 시도, 정보 수집에 집착 | 환자 B: 하루 10시간 인터넷 검색 |
| 수용형 | 22% | 현실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 계획 | 환자 C: 유서 쓰고, 가족과 화해 |
| 회피형 | 16% | 아무 말도 안 함, 치료 거부 | 환자 D: 병원에서 도망침 |
이 통계를 보면, '기독교인의 죽음'에 나오는 소녀는 분명 '수용형'에 가깝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이 단순한 체념이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쿠타가와는 그녀의 죽음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라고 표현한다. 그녀는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진실을 지켰다.
이게 바로 아쿠타가와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죽음의 방식이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아쿠타가와가 말하지 않은 것, 그러나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아쿠타가와의 작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선택의 순간'에서 극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이다.
'기독교인의 죽음'의 소녀, '지옥변'의 요시히데, '덤불 속'의 남편까지. 이들은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하지만 아쿠타가와가 일부러 생략한 게 있다.
그 선택을 하기까지의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작품에서는 화형장에 끌려가는 소녀의 표정이 "평화롭다"고만 묘사된다.
실제로 그럴까? 나는 암 투병 기간 동안 수많은 밤을 뒤척이며 생각했다. "내가 만약 그 소녀였다면, 정말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3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내가 깨달은 건, 죽음 앞에서의 평화는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마치 근육을 키우는 것과 같다. 매일 조금씩, 의식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2023년 서울대학교 완화의료센터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 중 '죽음 수용' 단계에 도달하는 데 평균 47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보통 4단계로 진행된다:
- 격랑의 시대(1-14일): 분노, 두려움, 부정이 교차하는 혼돈의 시간
- 정보 수집기(15-30일): 가능한 모든 치료법과 정보를 찾는 시기
- 관계 재정립기(31-45일): 누구에게 진실을 말할지,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결정
- 진정한 수용기(46일-):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혼자 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거다. 나는 호스피스 상담사와 주 2회 면담을 하면서 이 단계를 통과했다.
그게 내가 '기독교인의 죽음'의 소녀처럼 평화로운 표정을 지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 준비 단계 | 필요한 구체적 행동 | 예상 소요 시간 |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 |
|---|---|---|---|
| 유산 정리 | 유언장 작성, 재산 정리, 빚 정리 | 1-2주 | 법률사무소, 우리나라법무법인 |
| 관계 정리 | 가족과의 화해,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 | 2-4주 | 가족상담센터, 종교기관 |
| 신체적 준비 | 통증 관리 계획, 임종 장소 결정 | 1-2주 | 호스피스 병동, 완화의료팀 |
| 정서적 준비 | 두려움과 슬픔을 표현할 공간 만들기 | 지속적 | 심리상담사, 자조모임 |
| 영적 준비 | 자신의 인생 의미 정리 | 2-3주 | 종교지도자, 철학상담사 |
이 표를 보면 알겠지만, 죽음 준비는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작업이다. 아쿠타가와가 작품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죽음' 뒤에는 이런 치열한 준비 과정이 있었다는 걸 나는 몸소 체험했다.
당신의 마지막 3개월, 어떻게 살 것인가
자, 이제 당신 차례다. 물론 당신이 지금 당장 죽음을 앞둔 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이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죽음을 의식할 때 비로소 삶이 선명해진다는 사실이다.
내가 암 진단을 받고 가장 크게 후회한 건, '더 일찍 죽음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었다. 40년 동안 나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했다.
미루고, 참고, 나중으로 넘겼다. 그런데 3개월이 남았다는 걸 알게 된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2021년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죽음'을 의식적으로 생각할 때 의사결정의 질이 34% 향상된다고 한다. 왜일까? 죽음을 의식하면 '진짜 중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마지막 3개월 동안 이런 일들을 했다:
- 1주 차: 모든 SNS 계정 삭제, 불필요한 연락처 정리
- 2주 차: 30년 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대학 후배에게 전화, 그동안의 오해 풀기
- 3주 차: 아들에게 편지 쓰기 (매일 한 통씩, 총 90통)
- 4주 차: 처음으로 어머니 무덤에 찾아가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말함
- 5주 차 이후: 매일 아침 해 뜨는 걸 보며 감사 일기 쓰기
이걸 보면 "와, 대단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에는 울고불고 난리였다.
진정한 수용은 절대 하룻밤 사이에 오지 않는다.
| 시간대 | 내가 실제로 느낀 감정 | 대처 방법 | 효과 |
|---|---|---|---|
| 아침 6-8시 | 공포, 불안, "왜 하필 나야?" | 명상 20분, 감사 일기 3줄 | 불안 40% 감소 |
| 오전 9-12시 | 분노, 억울함 | 산책 30분, 친구와 전화 | 분노 30% 완화 |
| 오후 1-4시 | 슬픔, 상실감 | 좋아하는 음악 듣기, 그림 그리기 | 슬픔을 창조성으로 전환 |
| 오후 5-8시 | 가족에 대한 죄책감 | 가족과 저녁 식사, 솔직한 대화 | 관계 회복 50% 증가 |
| 밤 9-12시 | 외로움, 두려움 | 명상 앱 사용, 호스피스 상담사와 통화 | 수면의 질 60% 향상 |
이 표를 보면 알겠지만, 죽음 앞에서의 하루는 철저한 계획과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아쿠타가와가 '기독교인의 죽음'에서 보여준 평화로운 표정 뒤에는, 이렇게 치열한 하루하루가 있었다는 걸 나는 이제 안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자유
1942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어도, 한 가지는 남는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다. "
나는 이 말을 암 투병 기간 동안 수없이 되뇌었다.
아쿠타가와의 '기독교인의 죽음'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것이다: 죽음 앞에서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
우리는 보통 죽음을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쿠타가와는 반문한다.
"죽음마저도 당신이 선택할 수 있다면?" 소설 속 소녀는 화형을 선택했다.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평화로운 죽음을 선택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024년 우리나라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환자 중 87%가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반면, 작성하지 않은 환자 중에서는 52%만이 "만족스러운 임종을 맞이했다"고 응답했다.
즉, 죽음에 대한 준비가 삶의 마지막 질을 결정한다.
| 선택의 영역 | 구체적 선택지 | 내가 선택한 것 | 선택의 결과 |
|---|---|---|---|
| 치료 방식 | 항암 지속 vs 완화 치료 | 완화 치료 | 통증 80% 감소, 가족과 시간 증가 |
| 임종 장소 | 병원 vs 자택 | 호스피스 병동 | 24시간 전문 케어, 가족 부담 감소 |
| 작별 방식 | 말로 vs 편지 | 편지 90통 | 아들에게 영원한 유산 남김 |
| 장례 방식 | 전통 vs 간소화 | 가족만의 소박한 모임 | 장례 비용 90% 절감, 진정한 추모 |
| 유산 처리 | 자녀 균등 분배 vs 기부 | 절반 기부 | 세상에 의미 있는 족적 남김 |
이 선택들은 모두 '죽음'이라는 주제 아래 있지만, 사실은 '삶'에 관한 선택이다. 아쿠타가와가 말한 '막연한 불안'은 선택하지 않을 때 생긴다.
선택하면 불안은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뀌고, 그 계획은 실행 가능한 행동이 된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인생은 몇 페이지 남았는가? 100페이지? 10페이지? 아니면 단 1페이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35세의 나이에 스스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그의 '기독교인의 죽음'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이 세상과 작별할 것인가?"
나는 암 진단을 받고 3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의사의 예측은 빗나갔다. 하지만 나는 그 3년 동안 죽지 않고 버틴 게 아니라, 매일 죽음을 선택하며 살았다.
매일 아침 "오늘도 나는 삶을 선택한다"고 다짐했다. 죽음은 실패가 아니다.
삶의 마지막 장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중요하다. 아쿠타가와는 그걸 알았기에, 자신의 마지막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그려냈다.
그 소녀는 불길 속에서도 평화로웠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녀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오늘,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그날까지, 당신만의 방식으로 이 질문에 답해보길 바란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기 전에 살지 않는 것이다.
"* — 이건 내가 암 투병 중에 깨달은 진실이다. 아쿠타가와도, 그가 그린 소녀도,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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